‘요즘 대세’ 전기 스쿠터, 미국은 정말 ‘스쿠터 천국’이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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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에서는 카카오 카풀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카카오 카풀과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는 해외에서는 이미 실리콘밸리의 간판 격인 우버(Uber)를 중심으로 해서 상당히 보편화 되어 있는 상태로, 최근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차량공유와 전기 자전거와 스쿠터 등 라스트마일(Last-mile) 이동을 책임지는 마이크로 모빌리티(Micro mobility)를 결합하여 종합 교통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이 활발하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 모빌리티 스타트업들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가열되고 있으며, 많은 도시들이 이에 대응한 규제 정비에 나서고 있다.

본 컬럼에서는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마이크로 모빌리티 영역인 전동 스쿠터 공유와 관련하여, 우버(Uber)같은 모빌리티 사업자나 버드(Bird)와 라임(Lime) 같은 대표적인 전기 스쿠터 스타트업 등 주요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을 살펴보고, 미국에서의 관련 규제 상황까지 간략히 정리해 봄으로써 ‘공유 천국’으로 알려져 있는 미국 스쿠터 공유의 실제 현황을 개괄해 보고자 한다.

 

모빌리티 영역의 플레이어 – Uber와 Lyft, Ford

올해 전동 스쿠터 영역에서 가장 주목되는 플레이어들은 차량공유 서비스들이다. 올해 4월 차량공유 마이크로 모빌리티 대중교통을 연결하는 종합 도시 교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공개했던 Uber의 경우 올해 9월 앱에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다양한 교통 수단을 제시하는 모드 스위치(Mode Switch) 기능을 추가하는 등 이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추진중이다. 올해 8월 Lyft, Lime, Bird와 함께 산타모니카에서 16개월 기한의 스쿠터 운영 허가를 취득한 Uber는 Jump와 Lime을 통해 전동 스쿠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Uber가 올해 4월 인수한 Jump의 경우, 도크리스(정해진 반납 장소 없이 아무 곳에서나 대여하고 반납할 수 있는 방식) 전기 자전거 공유 스타트업으로, 원래 소셜 바이크(Social Bike)라는 이름의 전기 자전거 하드웨어 제작 및 공유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로 시작했다가 올해 1월 자전거 공유 서비스 영역을 강조하기 위해 Jump로 리브랜딩을 진행했다. Uber는 올해 10월 산타모니카 지역에서 Jump 브랜드의 전기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출시하였다. 소셜 바이크가 자체 개발한 자전거를 활용하는 자전거 공유 서비스와는 달리, Jump 전기 스쿠터 공유 서비스는 샤오미(Xiaomi)가 제작한 나인봇(Ninebot) 스쿠터를 활용한다.

Jump 외에도 Bird 역시 Ninebot과 세거웨이(Segway)로부터 스쿠터를 공급받고 있으며, Lime은 Segway의 스쿠터를 활용한다. 이들 서비스와 Jump의 가장 큰 차이점은 충전 방식으로, 방전된 상태로 반납되어 있는 스쿠터를 자기 집으로 가져가 충전할 시 이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유저 충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Lime, Bird와는 달리 Jump의 스쿠터는 매일 Uber의 직원들이 직접 수거하여 충전한 뒤, 아침에 다시 가져다 놓는 방식이다. 가격은 잠금 해제에 1 달러, 최초 5분 이후에는 1분당 0.15 달러이며, 도크리스 방식이지만 자신이 스쿠터를 주차한 위치를 사진으로 찍어서 전송해야 반납이 최종 완료된다. Uber가 취득한 허가 내용에 따르면, Uber가 산타모니카 지역에 운영할 수 있는 스쿠터의 수는 최대 250개이다.

Jump의 전동 스쿠터

출처: 테크크런치(Tech Crunch)

Lime과는 파트너십 형태로 협력하고 있다. Uber는 올해 7월 알파벳(Alphabet)의 GV(구 Google Ventures)가 이끄는 Lime에 대한 3,500만 달러 규모 투자 라운드에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Lime과 처음 파트너십을 체결하였다. 파트너십의 내용은 Lime 스쿠터 중 일부에 Uber의 로고를 부착하고, Uber 앱 내에서 Lime 스쿠터를 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정확히 어느 도시에서 몇 개의 스쿠터를 이러한 방식으로 제공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Uber는 Jump를 인수하기 이전 올해 1월 Jump와도 유사한 방식의 파트너십을 통해 우버 바이크(Uber Bike)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제공한 바 있는데,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파트너십 발표 당시부터 장기적인 관점에서 Lime을 인수하려는 의도로 투자에 참여했다는 설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해당 투자를 통해 Uber는 Lime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게 된 상태이다.

Uber와 함께 산타모니카에서 500대의 자전거와 250대의 스쿠터를 제공할 수 있는 허가를 획득한 상태인 Lyft는 올해 9월 덴버 지역에서 최초로 전기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런칭하였다. Lyft는 덴버 지역에서 전기 자전거와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한 허가를 획득했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전기 스쿠터 350대를 제공할 계획이며 이 중 100대는 기존의 대중교통에서 소외된 저소득층 거주 지역인 오퍼튜니티 존(opportunity zone)에 집중 배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Lyft의 전기 스쿠터는 Lyft 앱을 통해 위치를 확인하여 예약할 수 있으며, 충전을 위해 대여는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만 이루어진다. Jump와 마찬가지로 Xiaomi가 제작한 스쿠터를 활용하고, 가격 역시 잠금 해제에 1 달러, 이후 1분당 0.15 달러로 동일하다. 이후 10월에는 산타모니카에도 Uber의 Jump보다 먼저 전기 스쿠터 서비스를 런칭하였다.

Lyft의 전기 스쿠터

출처: 레코드(Recode)

차량공유 업체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기존의 오토메이커들 역시 전기 스쿠터 영역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은 지난달 초 이루어진 포드(Ford)의 스핀(Spin) 인수이다. Spin은 앞서 언급된 Bird, Lime과 함께 샌프란시스코 지역역에서 최초로 전기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런칭했던 세 개 업체 중 하나로, 올해 6월 샌프란시스코로부터 영업 중지 명령을 받은 이후 상대적으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던 스타트업이다. 인수 이전까지 총 8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였으며, 최근 투자 라운드 당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4,000만 달러 수준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로이터(Reuters)는 Ford가 1억 달러에 Spin을 인수했으며, 향후 Spin에 2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보도하였다.

Ford는 Spin 인수를 발표하기 2주 가량 전인 10월 말에 전기 스쿠터 자회사인 젤리(Jelly)를 설립하여 인디애나 주의 퍼듀 대학교(Purdue University) 캠퍼스에서 최적의 전기 스쿠터 활용법을 찾기 위한 리서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퍼듀 대학교 학생들이 퍼듀 대학교와 Jelly 사이의 렌탈 계약서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계약에는 Ford가 2016년 설립한 테크 중심 자회사인 포드 스마트 모빌리티(Ford Smart Mobility)도 참여하고 있다. 퍼듀 대학교 측은 Jelly와 함께 총 4주 기간 동안 40개의 스쿠터를 캠퍼스에 배치하여 “종종 많은 문제를 발생시켜온 전기 스쿠터를 어떻게 도시 환경에 도입할 수 있을지”를 연구할 계획이다. Jelly의 엔지니어들은 이 과정에서 스쿠터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하여 업타임, 플릿(fleet) 매니지먼트 등 여러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Ford가 인수 이후 Spin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대해서 공식적으로 발표된 내용은 없지만, 이러한 정황을 고려하면 Ford 역시 Uber나 Lyft와 유사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다른 주요 오토메이커들과 마찬가지로 Ford 역시 최근 몇 년 사이 모빌리티 방면으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중으로, 그 중 대표적인 것은 Ford가 2016년 9월 인수하여 운영하고 있는 통근 셔틀 서비스 채리엇(Chariot)이다. Chariot은 앱을 통해 지정된 경로를 순환하는 Ford의 15인승 밴 중 하나를 선택하여 예약한 뒤, 지정된 승차 장소에서 탑승할 수 있는 셔틀 서비스로, 순환 루트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용자들이 새로운 루트를 추천하고 투표하는 크라우드 소싱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Ford는 Chariot의 맵핑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1년 자율주행 차량공유 서비스를 런칭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해당 플랫폼 내에서 라스트 마일 이동 수단으로 Spin과 같은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전동 스쿠터 스타트업 – Lime과 Bird

앞서 언급된 Lime과 Bird, Spin은 현재 미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전기 스쿠터 스타트업으로 손꼽히는 업체들이다. 특히 각각 4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한 Lime과 Bird의 경우 설립후 2년도 채 되기 전에 이미 유니콘 스타트업의 고지에 오르는 등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총 4억 6,7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Bird의 기업가치는 20억 달러이며, 4억 1,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Lime은 11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처럼 전기 스쿠터 시장이 가열됨에 따라, 이들 스타트업의 몸값이 더 이상 불어나기 전에 발빠르게 인수에 나서려는 빅플레이어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는 중으로, Ford가 Spin 인수를 발표한 지 한 달 만인 이번달 4일에는 Uber가 Bird, Lime 양측과 인수 논의를 진행중이라는 설이 제기되었다. 이 사실을 최초 보도한 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Uber가 이르면 올해 안에 인수 논의를 마무리 지을 계획이며, 인수 규모는 수십억 달러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였으나, Bird와 Lime은 양 측 모두 인수설을 공식 부인한 상태이다. Bird의 경우 “Bird를 판매할 의사가 없다(Bird is not for sale)”고 직접적으로 밝혔으며, Lime의 경우 “독립적인 사업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실제로 양사는 기존의 모빌리티 플랫폼에 흡수되지 않고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사업 영역을 확장해 나감과 동시에,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스쿠터 공유를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주요 전기 스쿠터 스타트업 3사 비교

출처: 로아컨설팅

먼저 Lime의 경우, 최근 시애틀에서 아예 자체적인 차량공유 서비스인 라임팟(LimePod)을 출시하였다. 2018년형 피아트 500(Fiat 500) 차량을 이용한 LimePod 서비스는 Lime이 제공하는 자전거 공유나 스쿠터 공유와 유사하게, Lime 앱 내에서 대여 가능한 자동차의 위치를 확인하고 앱을 통해 잠금 해제하여 사용하는 방식으로, 잠금 해제에는 1 달러이며, 이후 1분당 0.4 달러가 과금 된다. Lime은 출시 시점에서 총 50대의 차량을 시애틀에 배치하였으며, 올해 연말까지 이를 500대로 확대하고 최종적으로 1,500대까지 서비스 규모를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목표가 달성될 경우, Lime은 Uber 없이도 시애틀 지역에서 자전거, 스쿠터, 차량을 포괄하는 종합 도시 교통 서비스를 자사 앱 내에서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

LimePod 차량

출처: 더버지

그보다 한 달 전인 10월에는 Lime이 산타모니카를 시작으로 미국과 해외 주요 도시에 오프라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스토어(Lifestyle brand store)”를 오픈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발표되었다. Lime의 투자자이자 Lime의 매장 오픈을 위해 Lime과 지역의 부동산 개발사들 간의 파트너십을 주선한 협력사이기도 한 피프트 월 벤쳐스(Fifth Wall Ventures)가 밝힌 바에 따르면 Lime의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는 Lime의 전기 자전거와 전기 스쿠터에 대한 사용 시연과 안전 교육, 충전 시연 등을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매장 한 켠에서 Lime 브랜드가 그려진 의류나 액세서리도 일부 판매되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판매’될 만한 것이 거의 없는 공유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Lime이 ‘스토어’라는 이름의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하는 것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개선시키기 위해서이다. 미국에서 현재 도크리스 방식의 자전거와 스쿠터 공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 집 앞 보도에 무책임하게 스쿠터를 버려 두고 갔다”는 식의 불만 역시 거세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Lime과 Bird, Spin이 처음 서비스를 런칭했던 샌프란시스코의 교통국(SFMTA)은 서비스 출시 이후 1달 동안에만 무려 1,900건에 달하는 관련 민원을 접수하였다고 밝혔으며,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수의 도크리스 자전거가 도입된 것으로 알려진 댈러스 지역에서는 아예 @dallasbikemess나 @bikesharenightmare 등, 보도에 내팽겨쳐져서 통행을 방해하고 있거나 부적절한 곳에 주차되어 있는 자전거 사진만 골라서 업로드하는 전용 인스타그램(Instagram) 계정까지 만들어졌다.

그간 Lime이나 Bird와 같은 스타트업들이 서비스 초기 단계의 Uber와 유사하게, 아직 관련 규제가 명확하지 않은 지역에서 서비스를 런칭한 뒤, 사용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서 규제 당국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방향으로 규제를 재정비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 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역 커뮤니티와의 이러한 적대적인 관계는 규제 강화로 직결되어 서비스 지속에 치명타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SFMTA는 거듭된 민원으로 인해 올해 6월 이들 스쿠터 공유 업체들에게 허가 절차가 완료될 때까지 서비스를 중단하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때문에 오프라인 접점을 통해 자사 서비스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헬멧 미착용이나 과속 등으로 인한 안전문제를 교육을 통해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지역 커뮤니티와의 관계 개선, 나아가 규제 당국과의 관계 개선에도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Bird의 경우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까지 스쿠터를 배달해주는 버드 딜리버리(Bird Delivery)서비스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Bird가 올해 10월 출시 계획을 발표한 Bird Delivery는 매일 아침 8시까지 사용자가 지정한 위치에 스쿠터를 배송하여, 사용자가 당일 하룻동안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뒤, 밤에 이를 다시 수거해 가는 방식의 컨시어지 서비스이다. Bird Delivery의 일차적인 목표는 스쿠터를 찾아 헤매야 하는 사용자의 수고를 덜어주려는 데 있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부차적으로 스쿠터가 언제나 사용자의 사유공간 내에 위치하도록 하는 효과가 발생한다. 레코드(Recode)는 Bird Delivery의 출시가 보도에 버려진 스쿠터로 인한 불만을 최소화 하면서 유저 수를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데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하였다. Bird는 근시일내로 Bird Delivery 서비스의 제공 지역과 가격을 발표할 예정이다.

Bird가 올해 11월 발표한 버드 플랫폼(Bird Platform) 역시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전기 스쿠터 사용을 보편화하려는 의도에서 기획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Bird Platform은 자체적으로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운영하고자 하는 소규모 사업자들을 대상에게 전기 스쿠터와 충전소 인프라, 플릿 매니지먼트, 대여용 플랫폼 등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 주는 플랫폼이다. Bird는 별도의 플랫폼 사용료를 받지 않는 대신, 플랫폼에서 이루어진 모든 라이드에 대해 20%의 수수료를 수취한다. Bird는 Bird Platform을 통해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도 누구나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사용되는 스쿠터의 구매 비용과 규제 당국으로부터 허가를 획득하기 위한 비용 등은 모두 사용자가 지불하기 때문에, 사실상 Bird로서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없는 셈이다.

Bird Platform

이미지 출처: 매셔블(Mashable)

Bird와 같은 형태의 공유 스타트업들이 맞부딪히는 가장 큰 난관 중에 하나가 서비스 지역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전까지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이 소요된다는 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Bird Platform 출시가 가지는 의미는 단순히 수익모델의 다양화보다 훨씬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Bird Platform을 통해 스쿠터 구매 비용은 플랫폼 사용자들이 부담하게 하면서도, 대량 주문을 통해 제작 단가를 최대한 낮추고, 이미 구축된 인프라의 활용도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규모의 경제를 보다 손쉽게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Bird는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면서도 스쿠터 공유 서비스의 제공 범위와 규모는 최대화할 수 있게 된다. 스쿠터 공유 서비스에 대한 일반 시민들 저항을 완화시키기 위해 Lime을 비롯해 많은 업체들이 시민들이 스쿠터를 직접 경험하고 익숙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들이고 있는 상황에서, Bird는 Bird Platform을 통해 이러한 과제를 소규모 사업자들이 대신 수행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에서의 규제 동향

그렇다면 미국에서 관련 규제는 현제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한국 언론에서는 흔히 미국을 온갖 종류의 공유 교통이 보편화된 ‘공유 천국’이라는 식으로 묘사하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을 통해서도 유추해 볼 수 있듯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규제가 미처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스쿠터 공유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미국 곳곳에서 스쿠터 사용자들과 보행자들 사이의 마찰이 발생하였고, 이에 따라 많은 지역에서 스쿠터 업체들에 대한 영업 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대표적인 경우가 위에서 언급된 샌프란시스코의 사례이며, 덴버 지역에서도 올해 7월 이와 유사한 이유로 Lime이 2주간 서비스 중지 명령을 받은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 보도에 쓰러져 있는 Bird 스쿠터

출처: 와이어드(Wired)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는 대부분의 도시가 엄격한 허가제를 기반으로 제한된 수의 스쿠터와 자전거만을 허용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애틀의 경우, 4개의 사업자에게 총 20,000대, 각 사업자 별 최대 5,000대의 도크리스 자전거 및 스쿠터를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새로운 규제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허가를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 25만 달러(약 2억 8,000만원)의 비용을 시에 지불해야한다. 샌프란시코의 경우, 허가 취득에 필요한 비용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으로, 허가 심사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5,000 달러, 허가를 취득하여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 25,000달러를 지불해야 하며, 수리 보수 및 유지 관리 비용으로 시에 연 10,000 달러를 지불해야한다. 선정된 업체는 첫 6개월 동안에는 최대 635개, 최종적으로는 최대 2,500개의 스쿠터를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운영할 수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SFMTA는 올해 8월 허가를 신청한 12개의 업체 중 스쿳(Scoot)과 스킵(Skip) 단 두 곳에게만 허가를 부여하였는데, 앞서 언급된 Lime과 Bird, Spin, Uber, Lyft가 모두 허가에서 배제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선정 과정에서 “안전과 교통약자들에 대한 접근성, 재무건전성, 신뢰도 등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는 SFMTA의 발표를 통해 SFMTA가 이들 업체가 허가 절차 없이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시민들과 마찰을 빚었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안전성에 대한 민원이 많이 제기되었다는 점을 상당 부분 의식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Scoot의 경우 인스트럭션 동영상과 무료 헬멧 제공, 대면 교육을 통해 안전성을 향상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공약하였으며, 비교적 신생 업체인 Skip은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허가를 획득한 도시에서만 서비스를 런칭해 왔다는 점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소외계층의 교통접근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은 전기 스쿠터 업체들과 도크리스 자전거 공유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는 올해 7월 Lyft에 인수된 자전거 공유 업체 모티베이트(Motivate)의 뉴욕시 독점 운영권 획득을 둘러싼 논쟁에서 확인 가능한다. Motivate가 뉴욕시로부터 5년 기간의 독점 운영권을 부여받아 운영 중인 뉴욕시의 자전거 공유 프로그램인 시티바이크(City Bike)는, 도크리스 방식이 아닌 정해진 정류소에서 반납과 대여가 이루어지는 전통적인 방식의 자전거 공유 서비스이다. 현재 공식적으로 도크리스 방식의 공유 서비스를 모두 금지하고 있는 뉴욕시의 경우, 도크리스 방식이 트렌드로 부상함에 따라 올해 여름 Jump와 Lime 등이 참여하는 도크리스 자전거 공유 파일럿 서비스를 진행하였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파일럿이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는지, 11월 초 Motivate의 5년 독점운영권을 갱신하였고, 이에 따라 서비스 런칭이 불가능해진 Jump와 Lme 등의 파일럿 참여 업체들이 적극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주목해 봐야 하는 것은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논리이다. Jump의 모기업 Uber는 성명을 통해 Motivate가 “뉴욕 내에서 상대적으로 부유한 커뮤니티를 대상으로만 서비스를 제공”하였으며, 앞으로 5년간 독점적인 운영을 이어 나가겠다고 발표하면서도 “여전히 모든 뉴욕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Lime 역시 “뉴욕시의 교통 불평등은 즉각적인 해결을 필요로 하는 수준”이라는 것을 자신들에게 서비스 운영을 위한 허가가 부여되어야 한다는 주장의 명분으로 내세웠다. 단순히 규제 완화나 스쿠터 공유 사업의 산업적 필요성을 내세우는 대신 커뮤니티에게 어떤 효용을 제공할 수 있는지를 적극적으로 의제화하여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Lime의 경우 이미 저소득층에게 기존 가격에서 50% 할인된 가격(일반 자전거의 경우 95%, 전기 자전거와 전기 스쿠터의 경우 50%)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임 엑세스(Lime Access)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앞서 언급된 Lyft 역시, 덴버에서 서비스를 런칭하며 저소득층 거주지역에 100대의 스쿠터를 집중 배치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마치며…

최근 1년 사이 전기 스쿠터가 차량 공유의 뒤를 이을 차세대 공유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들 스타트업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거대 플레이어들도 이러한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와 인수 대열에 합류하면서 스쿠터 공유 서비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쿠터는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종합 도시 교통 플랫폼’의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며, Lime과 Bird와 같은 주요 스타트업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기존 플랫폼에 흡수되지 않고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공유 천국’일 것이라는 환상은 절반만 사실이다. 미국에서도 소위 회색지대를 이용해 서비스 런칭에 나섰던 스타트업들이 시민들의 저항에 부딪히면서, 많은 도시에서 사업자 수와 운영 가능한 스쿠터의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규제가 입안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도시에서 시도되는 파일럿 서비스들이 향후 본격적인 서비스 출시와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뉴욕의 Motivate 사례에서 볼 수 있듯, 파일럿이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주 정부는 안전성이 입증된 기존의 형태에 안주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쿠터 공유 서비스를 추진하고자 한다면, 더 이상 “우리도 빨리 따라가지 않으면 늦는다”거나,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규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식의 주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미국의 자전거 개수 제한에 유사한 주장을 앞세워 반발하던 중국의 모바이크(Mobike)와 오포(Ofo)의 경우, 본국에서의 무분별한 과잉공급으로 인해 현재 도산 위기까지 몰려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교통 정체와 도로 혼잡 문제가 심각해지자 결국 베이징, 상하이, 심천 등 중국의 대도시들까지도 더 이상 새로운 자전거를 서비스에 추가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를 입안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이미 다 알려져 있는 상태에서 서비스를 새로 런칭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한국의 경우, 일반 시민들과 규제 당국에 스쿠터의 필요성을 어필하기 위해서는 시민들과 지자체에 입장에서 이들에게 어떤 효용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명확한 관점과,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보행자들과의 마찰을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도크리스 방식이 저소득층 거주지역에 교통 접근성을 제공한다는 Jump와 Lime의 주장이나, 보도에 버려지는 스쿠터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객으로 집까지 스쿠터를 배달하여 수거하는 컨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한 Bird의 시도가 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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